<본편> 나는 법인(法人)이다. - 주식회사 편
interviewee / ㈜봄소프트 박영기 대표
Q. 대표님의 인사와 간단한 회사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IT회사입니다. 사회적기업으로서는 공익성 모바일 앱 개발이나 IT컨텐츠 제작을 통해 사회공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요. 강조하는 게 있다면 외주용역보다는 기업 자체에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많이 만들어내고 직접 제안하는 연구개발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특정 분야가 있는 건 아니고, 관심이 생기면 일단 만들어보는 스타일이에요.
Q. 봄소프트에서 만든 공익성 아이템을 몇 가지 소개 해주실 수 있나요?
음. 기부어플 같은것도 있었고요. 카페에서 커피 테이크아웃 많이 하시잖아요, 그래서 카페마다 사용하는 컵홀더는 대체로 브랜드 로고를 넣어서 만드는데, 여기에 주변 상가를 홍보하면 해당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보고 올테니 지역 타겟팅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지역광고 컵홀더를 제작해서 유성구 지역사업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 컵홀더에 QR코드를 활용해서 모바일 앱을 연동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어요.
Q. 지금의 봄소프트가 법인격을 갖추기까지의 히스토리를 이야기해 주신다면요?
2012년도에 회사를 다니던 중에 대학 교수님 제안으로 개인사업자를 냈었어요. 그 때 마침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알게 돼서 2013년도에 3기팀으로 들어가서 지금의 봄소프트를 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해인 2014년에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 받았고요. 2016년 올해 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았습니다. 그 사이에 벤처인증도 받고, 특허도 내고 여러 가지 계속 보면서 진행하고 있죠. 아, 기본적으로 저희 같은 개발회사들은 소프트웨어사업자 신고확인서도 받아야해요. 아직 중소기업 확인서나 조달청 등록은 하지 않았지만 곧 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행정절차가 상당히 복잡하더라고요.
Q. 법인 유형을 주식회사로 설립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저는 솔직히 법인 설립 할 당시 협동조합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지 않았어요. 제 성격 상 한번 꽂히면 그대로 돌진하는 편이라, 협동조합을 하면 그런 측면에서 제약을 많이 받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마음 내키는대로 주식회사로 창업을 했는데, 진지하게 고민 해봐도 개인적으로는 IT회사는 협동조합보다 주식회사가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외부환경적 요인이라고 보는데, 저희는 제조업처럼 보여지는 물건을 납품 후에 수금을 하는 게 아니라, 계약을 맺고 용역을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큰 규모의 개발 경우에는 개발결과물에 대한 책임여부에 대해 돈을 주는 입장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주식회사는 지분에 따라 책임의 크기가 명확히 보이지만, 협동조합은 그렇지 않다보니 부담스러운 것도 있죠. 투자를 받을 때에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회사에 투자하면 지분에 따라 배당을 받지만 협동조합에서는 조합원으로 가입을 해야 하는 등 절차가 있고 더구나 사회적기업의 경우에는 잉여이익 배당이 안 되고 사회적 환원을 해야 해요. 그 투자자가 이익회수의 목적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에 투자하지 않는 한 선택하긴 어렵다고 봐야겠죠.
Q. 주식회사 설립을 하기 위해 어떤 절차를 밟으셨나요?
법무사에 맡기는 게 가장 쉽겠지만, 적게는 몇십만원에서 백몇만원까지 비용이 든다고 하니...사실 그럴 돈은 없었거든요. 그래서 직접 온라인으로 했어요. 인터넷에서 ‘온라인 재택창업시스템’이라고 검색하시면 나와요. (사이트 주소 : www.startbiz.go.kr/ ). 크게 어렵진 않았어요. 저 같은 IT업계 종사자한테 컴퓨터로 하라는데 어려우면 이상하잖아요. 농담이고요. 적으라는 것만 적고 제출하라는 것만 제출 하면 되니까요. 물론 생소한 내용이다보니 처음 쓰면 분명히 시행착오를 겪을 텐데, 바로 옆에 같이 창업한 대표가 먼저 한 경험이 있어서 단계별로 뭐가 안 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줘서 쉽게 할 수 있었어요. 제일 좋은 게 해본 사람한테 물어보는 거 같아요.
Q. 그때 다른 분께서 도움을 준 내용이 어떤 건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이건 그 분이 직접 겪은 것만 얘기하는 거라 하다보면 또 다른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어요.
법인 설립 신청을 했는데 그 직후 이사 중 누가 개명을 했어요. 그러다보니 등본 상 이름이 바뀌지 않고, 인감도 안 바뀐 상태가 돼서 반려 된 거죠. 그리고 사실 등재하려는 이사들의 각 공인인증서가 수시로 필요한데, 바로 옆에 붙어있지 않는 이상 하루 날을 잡아서 모여야 하는데, 인증 받아야 할 게 너무 많아요. 절대 하루에 끝나지 않아요.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이사들은 주변에 최대한 가까이, 아니면 바로 근처에 있는 게 좋은데 물리적 거리 때문에 이사를 선택 할 수는 없으니까 법인 설립 하는 동안은 양해를 구하고 미리 받아놓고 최대한 인증을 빨리 받는 게 나을 수 있어요. 신분증 사본이나 인감증명서, 주민등록등본 같은 구비서류도 미리 몇 통 떼놓으면 어수선하게 움직이지 않아도 되고요.
아! 제가 겪은 건 이건데요, 법인 정관 내용 중에 영어로 된 게 있으면 안돼요. 보통 저희같은 IT기업은 영문약자를 많이 쓰잖아요, CI개발 이런 식으로요, 근데 제가 법인설립하던 그 시기에 그게 전부 한글로 쓰는걸로 바뀌었어요. 그래서 영어를 한글 발음 나는 대로 써가지고 정관 보면 조금 이상해요. 영어로 쓴다고 시스템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거나 그런 건 아닌데 다시 연락이 와요. 근데 그때마다 매번 공인인증서가 필요하고, 그리고 최종적으로 거기서 승인처리를 해줘야 끝나기 때문에 전화 와서 반려하고 다시 보내고 하면 넉넉히 한 일주일 걸린다 생각하시면 되요. 처음 하는데다 컴퓨터나 시스템에 대해 잘 못 다루시는 분들은 더 힘들 수 있죠. 젊은 사람들은 빨리 끝나면 한 3일안에 끝내기도 하더라고요.
한가지 더 알려드리면, 온라인으로 입력하실 때 특히 주소같은 거 띄어쓰기 하실 때 자기 등본상에 적힌 그대로 써야해요. 그리고 무조건 새주소로 해야 하고요. 심지어 점 한개 빠져있거나 그런 걸로도 반려가 되는 경우도 있어요. 말하다보니 어렵게만 느끼실 것 같은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그리고 온라인으로 직접 하는 거라 법정수수료만 내면 되니 비용도 절감 되고요.
Q. 주식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회사 소재지를 적어야 하니까 임대차 계약서가 필요하구요. 정관도 미리 작성해놔야 하죠. 사회적기업 기준에 맞는 정관내용이 있으니 지원기관에 문의해볼 필요가 있어요. 양식도 어딘가 있을 거에요. 정관을 변경하든 이사를 변경하든 그 때마다 비용이 들고 절차도 있으니까 미리 처음에 잘 맞춰 놓는 게 좋아요. 그러고 나서 온라인으로 승인이 되면 법원에 가서 법인등록 해야하는 데, 그 때 법인도장 만들어서 가져가야 해요. 그 이후에 법인등기가 완료되면 사업자 내셔야 하잖아요. 세무서에 가서 사업자등록을 해야 하는데, 그 때도 정관/임대차계약서/법인도장(인감)이 필요해요. 세무서 쪽은 쉬운데 법원 쪽은 약간 생소해요.
Q. 주식회사 설립에 필요한 소요 비용은 어느 정도 드나요?
저는 아까 말씀드렸다 시피 온라인 재택창업시스템으로 했기 때문에 법정수수료(인지세, 등록세 등) 외에는 들어간 비용이 없어요. 법무사를 통해서 설립하게 되면 대행수수료가 붙겠죠?
Q. 설립 전과 이후 사업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아까 말씀드린대로 저는 개인사업을 먼저 했는데, 그 때는 솔직히 사업장을 차린 것 같지 않았어요. 그냥 혼자 논다는 느낌? 사장이란 느낌도 전혀 나지 않았는데 주식회사를 차리자마자 법인격을 갖추니까 모든 게 달라지더라고요. 우선 통장에서 돈을 함부로 못 빼요. 개인사업자는 자기 개인통장이니까 천 만 원을 벌면 천 만 원을 내가 알아서 쓰면 되는데 법인은 천 만 원을 벌면 내 돈이 아니에요. 그래서 처음에 좀 당황을 했죠. 돈을 못 써서가 아니라 행정업무가 꽤 상당하다는 점에서요. 부가세에 연간 총 소득 따져서 법인세도 붙고 재무제표도 나와야 하고 재정에 대한 서류가 엄청난 거예요. 그래서 개인사업자였을 때 대표였던 것처럼 법인도 내가 대표고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데, 다만 ‘법인’이라는 사람이 하나 더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내가 사업을 하는 데 뭘 하든 이 ‘법인’이라는 사람한테 기안을 올리고 허락을 받는다고 생각했죠. 그러고 나니까 서류가 뭐가 필요한지 대충 느낌이 오더라고요. 그래도 가장 체감되는 건 법인 설립 전보다 세금을 많이 낸다는 거예요.
Q. 본인이 생각하기에 주식회사 운영의 장단점을 하나씩 꼽는다면?
솔직히 말하자면 사업하는데 있어서 법인격과 개인사업자는 대우가 달라요. 대부분이 책임성 문제를 들면서 개인사업자보다는 법인격을 갖춘 회사를 더 신뢰하는 편이죠. 정부 과제사업을 받는 것도 그렇고, 공신력에 대한 부분이나 사업 참여조건 등 때문에라도 법인격을 갖추게 되요. 대신 행정이 많아지는 게 힘들어요. 다른 일 안하고 행정처리만하면 상관없는데 일이 많아지면 계속 행정을 미루거나 아니면 행정에만 치이게 되요. 그래서 회사를 만들고 나면 행정업무를 해줄 사람이 가장 먼저 절실해져요. 근데 아무리 법인이라도 작은 규모의 조직에서 행정을 전문적으로 하는 인력을 구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크죠. 그냥 내가 조금 밤새서 2~3시간만 하면 되니까 그래서 지금은 그냥 꾸역꾸역 하고 있고요.
그리고 주식회사는 의사결정권에서 대표(큰 데는 물론 대주주겠지만)의 영향이 그래도 좀 있어서 대표가 운영하는데 효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빨리 내릴 수 있어요. 협동조합은 의사결정을 하는 데 있어 모든 조합원이 1인 1의결권이다보니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운영정책을 잘 만들면 그게 큰 문제가 되는 것 같진 않아요. 사실 협동조합이나 주식회사나 이것 말고는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협동조합에 대해 사람들이 아직 잘 모르듯이, 주식회사는 그냥 돈버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커서 둘 다 인식적인 측면에서는 더 변화 되야 하죠.
Q. 주식회사를 설립하고자 하는 사회적기업 예비 창업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꼭 주식회사라서 당부하는 건 아니고, 사회적기업가를 하려는 분들은 알아야 할 것 같아요. 저희도 사회적기업이 되면 지원받는 게 많을 거라고 처음부터 기대하고 들어온 건 아니에요. 주변에 사회적기업 하는 선배들이 있어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의의나 정도를 많이 들어서 자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들어가 보면 지원받아서 기업을 유지하는 분들이 꽤 많이 있어요. 일단 살아야 하니까. 그렇게 1년 2년 의지하다보면 나중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신중하게 생각하고 사회적기업에 대한 개념이나 사업구조도 많이 알고나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다들 같은 얘기하시겠지만 저도 주위 사람들이 창업한다고 하면 절대 하지 말라고 해요. 생각보다 되게 힘들어요. 어디서 일을 가져오는 것도 힘들고, 사람을 구해서 직원으로 관리하는 것도 힘들고, 그리고 절대 내 생각대로 안돼요. 특히 돈은 진짜 생각대로 안 벌려요. 그렇게 안 되는 것 투성인데도 꼭 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지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저는 제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들어내는 그 자체에서 약간 희열을 느끼는 편이에요. 개발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나면 기분이 좋아요. 근데 어디 회사 다니는 개발자라고 하면 맨날 홈페이지 만들고 서버 관리하고 주어진 일의 계속되는 반복이잖아요. 여기에서는 내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들면서 성취감을 느끼기 때문에 그나마 돈이 덜 들어와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 회사는 직원들한테도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아이디어를 계속 내라고 얘기해요. 대표만 하고 싶은거 다 하면서 직원은 주어진 일만 한다는 건 제가 창업을 하게 된 이유와 너무 모순적이잖아요. 그래서 봄소프트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회사가 되는 걸 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