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포스팅

3# 취약계층을 고용하다.

<본편>  취약계층을 고용하다. 


interviewee / 위즈온협동조합 오영진 대표


Q. 대표님의 인사와 위즈온협동조합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위즈온협동조합 대표 오영진입니다. 저희 위즈온은 IT 업계에 경력직을 갖고 있는 장애인들이 모여서 우리들의 일자리를 스스로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설립된 직원협동조합입니다. 저희는 맞춤형 솔루션(시스템) 개발을 중심으로 홈페이지, 쇼핑몰 등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희가 IT업계 종사자 이다보니 자연스레 장애인들의 인터넷 활용에 대한 고민이 들었는데요, 그래서 장애인의 일자리를 해결하고, 이들의 정보접근성을 향상 시키자는 두 가지 미션을 갖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Q. 현재 위즈온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업무환경은 어떠한지?

  업무구조로 보면 경영기획팀 2명/개발자 2명/웹디자이너 2명이고, 장애로 구분하자면 장애인 4명/비장애인 2명 이렇게 있습니다. 일반적인 다른 기업에 비해 장애인의 비중이 더 크죠. 그래서 업무환경에서 고려해야 할 것이 많은데, 우선 사무실 안에 문턱이 없어야 해요. 또 전동 휠체어가 다닐 수 있을 만큼 넓은 공간이어야 하고, 장애인 화장실도 필요합니다. 가끔 일하다 몸에 무리가 올 땐 쉴 수 있는 휴게 공간도 있어야 하고요. 이런 공간적인 측면부터 각자가 일을 할 때 사용하는 도구 같은 것도 고민해야 되요. 

 

Q. 일을 하다보면 서로 배려하거나 맞춰야 할 게 많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지만 업무소통이 원활해야겠죠? 특히 저희는 업무 특성 상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한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협업해야 하는 구조이다 보니 소통이 잘 안 되면 결과물도 늦어지고 서로 감정적으로 상하기 쉬워요. 다른게 있다면 신체적 활동 측면에서 비장애인의 도움이 필요 한 때가 있는데, 이 부분은 오히려 일상처럼 다뤄지고 있어서 문제라고 인식해본 적은 없어요.  

 

Q.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게 쉽지 않은데, 3년차 사회적기업인 위즈온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은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사실 위즈온을 만들기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학교 선후배이거나 전 직장 동료 등)입니다. 일반적인 회사에서 장애인들이 일하기란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것을 겪고 난 뒤 ‘우리끼리 해보자’식으로 모인 당사자 조직이라서… 취약계층 고용이 어렵다고 느끼는 사회적기업과는 아무래도 조금 다른 방향인 것 같아요.

 

Q.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혹은 예비 사회적 기업 지정) 받거나 사회적 기업에서 더 많은 인재를 활용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자리 창출 사업’ 등에 참여 할 때, 취약계층을 증빙하기 위해 어떤 자료들을 준비하셨나요? 

  장애인은 복지카드가 있어요. 장애인임을 확인 할 수 있는데, 서류를 제출 할 때 신분증 사본 내듯이 증빙을 하면 됩니다. 그렇게 딱히 어려운건 없어요. 신청서식 하단에 예시문도 나와 있거든요. 그런데 다른 취약계층에 해당하시는 분들은 다를 수도 있겠네요. 

 

Q. 외람된 질문이지만, 고용 주체이자 장애인 당사자로서 ‘취약계층’이라는 단어가 편하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취약계층. 이 부분에서 사실 저는 대표자라 취약계층이라는 단어는 피해가더라고요. 왜냐하면 대표자는 고용하는 사람이지 고용을 당하는 입장은 아니어서요. 그런데 지원 사업들을 참여하다보면 제 스스로 우리 직원들을 취약계층이라고 단정하여 정보를 적어야 되는 것들이 조금 불편한 느낌이 들게 하죠. 

위즈온 안에서는 자기 자신을 취약계층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활동해야한다고 말해요. 우리가 사회・경제적으로 자립하는 데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심리거든요. 물론 사회적으로 봤을 때 취약계층이라는 범위에 포함되긴 하지만, 우리가 스스로까지 정서적으로 굳이 그 계층으로 내려가서 활동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Q. 대다수의 사회적기업에서 취약계층을 고용하기 어려워하는 것 같은데요,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선 고용주 입장에서 얘기해보면, 다양한 업무를 시킬 수 없는 거죠. 채용하면 정말 그 업무로만 활용을 해야 하는데, 작은 회사에서 소수의 인원으로는 한 사람이 여러 일을 동시에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니까요. 또 고용주가 해당 계층에 대해 잘 모르면 막연한 두려움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사람에게 어떤 것들을 제시하고 일을 할 수 있게 무엇을 도와야 하는지 구체적인 것들을 생각하지 못하고 온전히 돌봐야 한다고 여겨지니까 가장 먼저 비용적인 측면이나 심리적 부담감이 생기는 거라고 봐요. 

또 한 가지는, 비판하려는 게 아니라 문제라고 생각하는 점인데...취업하고자 하는 장애인의 경우 조직에 적응하고 스스로 업무역량을 키워야한다는 마인드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사회활동이나 교육에서 오는 경험의 한계라든지 대부분의 직업훈련과정이 그룹단위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그런 디테일함까지는 기대 할 수 없는 거죠. 그래서 저희도 고용하고 실제로 해당 업무에 적응하기까지 3년을 기다린 적이 있어요. 그런데 기업입장에서 한 사람을 위해 3년씩이나 기다려주는 일을 생산성이나 비용의 효율성을 따지고 나면 안 하려고 하죠. 취약계층을 고용하려면 스펙을 보는 것 보다는, 얼마나 자기 스스로 일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의지적인 측면을 봐야하고, 기업에서도 원하는 역량이 될 수 있도록 성장을 지원해줄 필요가 있어요. 

 

Q. 기업의 존속을 위해 ‘생산성’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한계를 느끼거나 극복했던 적이 있으신지요?

  이건 사실대로 얘기해야하니까. 저희는 처음에 경력직 장애인들이 모였으니까 퀄리티에 대한 지적은 받은 적이 있어도 과업을 제때 수행하는 데 있어 생산성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었어요. 초창기엔 그랬는데. 이후로 신입 직원을 채용하다보니 생산성이 떨어지긴 했죠. 그런데 그 이유가 실력이라기보다는 앞서 말한 것처럼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게 문제였어요. 하드웨어를 갖추고 업무프로세스를 갖추면 다 될 것 같지만, 정작 일할 의지가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되는 거예요. 

에피소드 하나를 얘기하자면, 오래 전 A를 처음에 뽑았을 때 들어온 지 1주일 만에 그만둔다기에 엄청 혼냈어요. 고작 1주일 일하고 다 아는 거냐고. 세 달은 무조건 있어라. 이렇게 말하고 좀 지나니까 전보다 나아지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얘기를 들은 게, 자신이 회사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대요. 홈페이지 하나를 만들어도 여러 사람의 도움이 있어야 되니까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듣고 나니 괜히 서로 더 미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솔직하게 얘기했어요. ‘네 말대로 지금은 네가 우리 조직에서 손해고 민폐가 맞다. 그런데도 다른 사람들이 너의 급여를 버는 이유는 지금은 민폐지만 나중에는 도움이 될 거라고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네가 거기까지 빨리 올라가야해. 더 이상 그런 걸로 미안해 할 거 없어.’ 그 후로 정말 더 열심히 하고 더 쫓아오려고 노력하더라고요. 물론 한 2~3년 걸렸지만. 나쁘지 않았어요. 저는 서로 솔직해지는게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Q. 취약계층에게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 자립 외에도 사회적 기회가 될 수 있는데요, 그런 점에서 기업이 취약계층을 고용 할 때 고려 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요? 

  가령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는데 취약계층이 필요하니까 급한 대로 아무나 데려오면 100% 문제가 생겨요. 모든 기업이 마찬가지지만 어떤 업무에 어떤 능력치가 필요한지를 검토하고 사람을 채용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걸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뽑으면 나중에 그 직원한테 당신의 업무는 이거라고 정확하게 제시를 못해주거든요. 그렇게 계속 있으면 조직에서 적응을 못해요. 당연히 내가 해야 될 업무도 모르는데 그런 상태로 있으면 고용주 입장에서는 일을 하는 건지 마는 건지 불만을 갖게 되고 그게 악순환의 고리가 생겨요. 그래서 나중에는 적응 못한 직원이 오히려 제 발로 나가는 상황이 되는데, 그걸로 끝나면 다행인데 취약계층의 경우에는 고용주 입장에서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건 아닌 거 같다’는 선입견이 남겨지게 된다는 거죠. 저도 장애인이지만 대표기 때문에 이런 생각 들 수 있어요. 

그래서 사람을 고용 할 땐 그게 누구든 신중해야 해요. 실제로 어떤 업무를 할지 정확하게 정리하고 난 뒤에 채용해야지 그 대상이 취약계층이냐 아니냐는 그 다음이라는 거죠. 그리고 또 하나는, 취약계층을 고용 하고 나서 단지 급여를 주는 계약관계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 사람들이 사회에 발을 딛고 나가서 스스로 활동 할 수 있도록 성장을 돕는 조직적 역할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회적기업의 설립 목적이 취약계층의 자립을 돕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 사람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 해야 한다고 봐요.    

또 환경적인 부분도 중요한데, 가령 중증 장애인의 경우는 활동을 돕는 전반적인 시설들이 다 있어야 되는데 대부분 고가의 장비들이다보니 스타트업이나 작은 회사들은 그만한 비용을 들여 구비하기가 좀 어렵죠. 그래서 취업환경이 되는 회사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아요.

 

Q. 구직을 원하는 취약계층에 전하고 싶은 당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이건 요즘 누구라도 일자리를 쉽게 못 구하는 판에… 그런 생각을 해요. 다른 취약계층은 모르겠지만 장애인들은 어려서부터 교육을 받을 때 다양한 환경에 노출 돼있지 않다보니 비장애인에 비해 활동 폭이 좁아요. 그러다보니 내가 어떤 공부를 하고 어떤 경험을 하면 좋을지 스스로 고민하고 자연스럽게 시도하는 것이 힘들 수 있어요. 그러다보면 아무래도 스펙 관리가 어렵고 취업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봐야겠죠. 

그래서 강해져야 될 것 같아요. 뭐든 해내야한다는 마음? 냉정하게 장애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얘기하면, 생존에 대한 각오나 의지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어요. 아마도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보호를 받는 게 익숙해서 일 것 같은데… 보편적으로 몸이 어디가 조금만 잘못 되면 더욱 보호해주는 환경이다 보니 아무래도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남들이 한 100정도에 힘들 때 40정도에도 힘들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실제로 이런 일로 회사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종종 있더라고요. 본인에게 익숙한 것을 한계로 인식하고 이겨냈으면 해요. 생존의 관점에서 나를 도와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가정 하에 혼자 헤쳐나가려면 어떻게 적응해나가야 할지 고민하면 좋겠어요. 

 

 

<참고자료> 

*취약계층 범위 (자료실링크)
*사회적기업 인증 신청 시, 취약계층 고용 조건 (2016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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