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편> 나는 법인(法人)이다. - 협동조합 편
interviewee / 조각구름협동조합 이우람 대표
Q. 대표님 인사와 조각구름협동조합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2016년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통해 창업한 조각구름협동조합입니다. 저희는 동구 지역에 있는데요, 마을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자기 꿈을 찾고 잘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카페라는 공간을 통해 아이들이 제 집 드나들 듯 놀러와서 재미있는 시간도 보내고, 고민거리도 나누고, 커가는 동안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고요, 아이들이 꿈을 꾸는 마을로서 우리 지역의 삶의 터가 좋아지는 것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Q.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저는 한 3년 전에 이곳으로 왔는데요, 동구에 계신 지인께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해주시면서 우리 마을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겠냐는 고민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교회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종교와 상관없이 이 마을의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했는데요, 막상 어린 아이들을 만나고 나니까 마음이 더 짠해지더라고요. 정작 내가 뭘 하고 싶고, 할 수 있는지 모르는 채로 자기 삶을 그냥저냥 사는 모습을 더 어린 친구들에게서 보니까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그냥 아이들이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꾸준히 만나서 같이 놀아주고, 그러면서 아이들과 정도 들고 좋은 관계가 되어 이제는 정말 커가는 모습을 지켜봐주고 잘 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공간을 만들고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동구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기업가 양성 아카데미를 소개받아서 참여하고, 다음해에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Q. 재미있는었지? 힘들진 않은가?
살이 많이 빠졌어요. 이 일이 힘들다기 보다는 몸은 하난데 대표도 해야하고 원래 제가 하던 일도 해야하고, 아이들도 만나야하고 역할은 세 배로 늘어나는 시점이다 보니 신경 쓰는 게 많아져서 그런 것 같아요. 근데 나름대로 보람은 있어요. 이 일을 하면서 내가 성장하는 걸 보게 되더라고요. ‘그 전엔 이런 걸 못하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또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구나’ 이런 생각? 저는 약간 목표지향적인 사람이거든요. 목표가 생겨야 그 목표를 반드시 이뤄야 한다는 데서 에너지가 나오는데 육성사업에서는 단계별로 이런 것들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보니 시기에 맞춰서 고민하고 정리하는 것이 오히려 더 자극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사업으로서의 방향성도 좀 더 분명하고 명확하게 되어가는 것 같고요.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사회적기업을 준비하는 데 지금보다 더 시간이 오래 걸렸을 것 같아요.
Q. 법인 형태를 협동조합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되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게다가 잘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주식회사가 법인설립 하기는 더 쉬워보였고 협동조합은 오히려 복잡하고 할 게 많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우리가 그냥 형식적으로 법인을 만드는 게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이나 법인격이 보여주는 이미지가 있을 건데 그에 맞는 형태의 법인이어야 되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협동조합을 선택하게 되었죠. 저희가 의견을 나누거나 의사를 결정하거나 모든 일의 대부분은 같이 기획하고 의견을 모아왔기 때문에 주식회사처럼 지분에 따라 의결권이 달라지는 상하구조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도 저희 일에 참여하게 하는 것도 중요했고요.
Q. 어떤 방법으로 설립하였는가?
법무사를 통해서 진행 했어요. 그런데 그건 정말 서류처리 뿐이고요. 사실 내용이 가장 중요한 건데, 제가 그 내용으로 서류를 다 정리해서 법무사님께 드리면 법적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고 행정적인 업무들을 대신 해주셨어요.
Q. 과정에 대해서 설명을 해준다면?
우선 형태를 결정하는 것도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 정작 형태를 결정하고 나니까 필요한 부분들이 정말 많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일단은 뭐 아무것도 모르니까 지원기관에 도움을 요청했어요. 사회적경제연구원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필요한 서류들을 몇 가지 알려주면서 양식 주고 작성해오라고 하셨어요. 협동조합은 설립하려면 시청 민원실에 가거나 아니면 작성한 서류 가지고 바로 시청 과학경제국 일자리경제과에 협동조합 담당자분께 직접 가면 되는데,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많았죠.
양식을 받은 게 있어서 일단 적을 수 있는 건 나름대로 적었는데 문제는 정관이었어요. 정관에 법인에 대한 모든 것이 들어가는데 너무 모르는 용어들이 많더라고요. 저희 안에서도 기업이나 어떤 회사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뭐 1~2명 밖에 없다보니까 잘 모르는 분야이고. 그래서 초안 만들 때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뺐던 부분들이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시청에서 하나씩 짚어주면서 계속 반려가 된 거예요.
협동조합 만들려고 할 때 조합원으로 들어갈 예정인 사람들을 처음에 발기인이라고 하는데, 초안으로 만든 정관 가지고 발기인들과 창립총회(우리가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사업을 하며, 수익구조는 어떻게 되고 운영은 어떻게 할 건지)도 해야하고, 총회가 끝나면 발기인 분들의 서명도 받아야 하고요. 그리고 내용이 수정이 될 때마다 서명이 다 들어가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또 일일이 발기인 분들 찾아다니면서 싸인 받고. 이 과정을 세 번 정도 했던 것 같아요. 사실은 법인설립을 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건데도 이런 행정처리를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잘 몰라서 벌어지는 일들이었죠.
그래서 진행 될 때마다 같은 6기 창업팀 대표님들께 제가 겪은 실수들을 공유하고 이런 것들 챙기시라고 말씀드리고 그랬어요. 그렇게 서류 만들고 행정절차 밟고 하는데 한 달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참 다행이었던 것은 우리가 어떤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 이미 정리가 돼있으니까 시간을 단축했던 거지, 그마저도 안되어 있더라면 아마 정관 작성할 때 굉장히 힘들었을 거예요.
어쨌든 시청에 서류를 넣고 협동조합 설립확인증을 받고 나서 법원에 법인등록을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법무사를 통해서 진행했어요. 그렇게 법인설립이 완료되고 나면 세무서에 가서 사업자등록증을 냈고요.
그리고 절차 중에 사업장에 대한 부분이 있는데, 협동조합 설립 때는 장소의 여부만 있으면 되는데, 법인등록이 완료 되고 사업자등록을 하러 갈 때는 임대차 계약서가 있어야 하더라고요. 그걸 모르고 갔다가 또 반려된 적이 있어요.
또 사업장 같은 경우에도 생각해놓은 컨셉이 있다면 그에 맞게 미리 일찍 찾아봐야 되는 것 같아요. 저희는 3년 동안 지내면서 아이들과 만들어진 스토리가 있는데 이 스토리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공간이 어디있냐는 거예요. 그렇게 어렵게 찾고 나면 법적인 문제들이 또 생기고요. 예를 들면 너무 오래된 건물이어서 등재가 안 되거나 또는 상가로 쓰던 건물이라 영업허가 나는지 정도만 알아보고 계약까지 다 완료 했는데 정화조용량이 문제가 되고. 또 카페로 쓰려면 전기가 많이 소모되는데 그러면 승압을 해야하고, 그것도 가능한지 확인 해야 했고요. 이런 내용들은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내가 하려는 사업의 동종업계에 일하시는 분들한테 물어보는 게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됬어요.
Q. 협동조합 설립에 필요한 소요 비용은 어느 정도 였는지?
법무사 통해서 진행하면서 대행수수료가 있었어요. 그 외엔 따로 없었던 것 같아요. 등본 떼고, 법인 도장 만들고, 인감증명서 떼고... 그런 자잘한 것 정도?
Q. 법인 설립 전과 이후 활동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아직은 뭐 엄청나게 달라진 건 없어요. 다만 법인이 됐기 때문에 운영을 하려면 수익사업을 해야하는데, 저희 조합원들이 그런데 관심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보니까 고민이 많아지죠. 그 부분이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평소에 하던 것들일 뿐인데 사업적 시각을 갖게 되더라고요. 예를 들면 평소에 아이들 먹으라고 만들어준 수제청을 마을 축제나 이런 데서 한 번 팔아 본 적이 있는데 이런 것도 상품이 되나? 이런 고민들이요.
Q. 앞으로 법인을 운영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필요한 건 무엇인가요?
당연한 얘기겠지만 자금에 대해서 생각을 안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저희도 창업을 처음 하다보니까 창업 할 때 어느 정도에 비용이 필요하고 어떻게 충당 할 것인지에 대한 것을 너무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대출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대출도 쉽지 않다는 걸 요즘 느끼고 있거든요.
Q. 협동조합을 설립하고자 하는 사회적기업 예비 창업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미리 사업을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다행인데 대부분 그렇지 않은 분들 중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고 이 사회적경제에 진입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내가 모르는 게 있다는 걸 너무 부끄럽게만 생각하지 마시고 그냥 당연히 모르는거라 생각하고 여기저기 많이 물어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사실은 좀 창피할 수 도 있겠지만 그렇게 해야 멀리 돌아가지 않아요.
그리고 의미 있는 일을 하려고 모인 사람들을 돈을 가지고 사업적 이해관계로 풀어나가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명확한 정체나 목표의식, 방향성을 계속 공유해줄 필요가 있어요. 어떤 일을 할 때마다 우리가 이 일을 왜 하면 좋겠는지,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물어보고 같이 얘기하는 것이 자주 일어나야지 조합원 따로 일하는 사람 따로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비슷한 얘기지만 조합이사장이나 대표인 분들이 교육을 받거나 정보를 얻으면 꼭 핵심 구성원들과 같이 교육을 듣거나, 같이 가서 얘기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내가 이해한 것만으로는 다 전달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애매한 상태가 될 때도 있어요. 같이 결정을 하는 순간들이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