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편> 기획도 보고도 너무 어려워요!
interviewee / 위즈온협동조합 홍혜영 팀장
Q. 팀장님의 인사와 주로 어떤 업무를 하시는지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위즈온협동조합의 홍혜영 팀장입니다. 위즈온협동조합은 사회적경제를 중심으로 시스템개발, 홈페이지 및 쇼핑몰 제작 등을 하고 있는 IT회사이자 3년차 사회적기업이고요, 저는 위즈온에서 사업기획 및 전략수립과 내부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을 맡고 있습니다.
Q. 기획업무를 하게 되신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업무로는 5년차이고, 경험으로 치면 학창시절 동아리 행사기획부터 워크숍, 포럼 및 컨퍼런스, 교육프로그램 기획, 사업기획 등 크고 작은 일들을 많이 했습니다. 사실 위즈온에 들어온 건 얼마 되지 않았는데요, 그 전에는 비영리단체에서 사회적기업 창업지원 및 교육을 했고 문화사업을 하는 조직에서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Q. 일을 하는 데 있어 기획과 보고는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기획과 보고는 일의 시작과 끝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기획이 잘 안 되면 고쳐야 할 내용이 많고, 보고가 잘 안되면 같은 일을 반복하게 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일을 잘 진행하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기획이나 보고나 우리가 일상에서 많이 겪는 것인데요, 예를 들면 친구들과의 여행을 계획하는 것은 ‘기획’의 과정이고, 여행가는 무리 중 한 친구가 경비를 맡아서 관리한 다음에 나중에 어떻게 썼는지 공유해주는 것은 ‘보고’와 같은 개념인 거죠. 그래서 기획과 보고를 합치면 ‘대화’가 된다고 봅니다. 회사에서 하는 기획과 보고는 ‘업무적 대화’이고요. 업무소통이 잘 안 돼서 일을 그르친 경험은 누구나 겪어본 일이지요?
조직에서는 한 개의 큰 일(프로젝트)을 여러 사람이 분담하기 때문에 일이 어떻게 계획되고 진행되는 지 그 과정을 서로 잘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서로 붙잡고 말로만 업무를 전달하고, 의견을 나눌 순 없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이것을 서류로 대체합니다. 그게 여러분께서 그동안 들어온 ‘기획안’ ‘보고서’ ‘품의서’ ‘지출결의서’ 등등의 문서입니다.
Q. 기획과 보고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기획과 보고는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비슷하겠지만 언제 하느냐에 따라 기획인지 보고인지 구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획은 일을 시작할 때 계획을 담아서 보여주고 설득하는 내용이므로, 흥미 있는 주제와 성공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들, 이 내용이 허무맹랑하지 않다는 정확한 근거가 나열되어야 하고요. 반대로 보고는 일을 마무리 할 때 결과를 공유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그동안 진행된 것에 대해 관찰한 내용을 빠짐없이 담되 필요에 따라 분석 또는 평가도 같이 해야 합니다. 목표했던 내용대로 되었는지 아닌지를 요약해서 보여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Q. 초보 실무자의 경우, 기획서나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법을 모르는 분들이 많은데 어려워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기획서와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정리’하는 과정입니다. 회사에서 다양한 서류양식을 써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들어가는 내용이 대부분 정해져 있잖아요? 지출결의서의 경우 ‘계정항목, 지출날짜, 지출목적, 거래처, 금액, 사용내역, 영수증’을 채워넣는 작업입니다. 제가 예전에 이런 서류작성법을 다른 분들에게 가르쳐드릴 때 이런 말을 자주 했는데요, 문서를 작성하는 데에 쓸데없는 상상력은 필요하지 않다고요. 좀 거친 표현이지만 ‘그냥 있는 그대로 적어 넣으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한 번 샘플을 작성해보면, 그 다음부터는 잘 하시더라고요. 다양한 양식을 다양한 목적으로 많이 쓰면 쓸수록 경험치가 높아져 나중에는 적응이 됩니다.
물론 기획의 경우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기획안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작성하기 때문에 내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획이 어려운 이유는, 잡혀진 체계에 적응하는 것은 익숙하지만 내가 체계를 주도해서 잡는 입장이 되 본 적이 많지 않아서라고 생각하는데요. 좀 어려운 표현인가요? 주어진 일은 뭘 하면 되는지 정해져 있으니까 잘 할 수 있는 방법만 고민하면 되는데, 내가 누군가에게 일을 주려고 하면, 뭘 어떻게 시켜야 잘 할 수 있는지 모른기 때문에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이건 단순히 아이디어를 많이 내놓는 것과는 다르다고 봅니다. 기획이란 아이디어를 실행시키는 방법이기 때문에 구체적이어야 하거든요.
Q. 기획서와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법을 간략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기획서는 제안서를 써 보셨다면 비슷하게 이해 할 수 있는데요, 다만 제안서처럼 내가 낸 아이디어를 내가 직접 설명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낸 아이디어를 내가 기획안으로 작성해야하는 경우엔 조금 더 섬세한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3단계로 놓고 보는데요.
1) 요구사항 분석
2) 자료수집
3) 기획
어떤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는지, 기획은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요구되는 내용들을 자세히 듣고 파악한 뒤에 그 내용대로 하기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지 자료조사를 합니다. 그런 후에 기획서를 작성하는데요, 대체로 구성과 순서는 아래와 같습니다.
- 목적(이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
- 목표(도달하고 싶은 모습/추후 보고서에서 평가지표가 되므로 측정이 가능해야함)
- 추진계획(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
- 세부내용(추진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방법, 일정)
- 차별성(이 기획이 다른 기획서보다 나은 점) 및 기대효과(향후 예상되는 영향)
보고서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저는 프로젝트의 결과보고서를 중심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앞서 언급된 결재서류는 인터넷에 양식도 많이 있고, 실무자의 경우 기존 조직에서 사용하던 양식이 있을테니 그걸 토대로 작성하시면 되고요. 결과보고서는 처음 작성한 기획안과 실제 진행하면서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작성합니다.
- 개요(기획안 상 작성한 목적, 목표, 추진계획)
- 진행현황 보고(추진계획 대비 실제 추진한 내용, 추진하지 못한 내용에 대한 사유)
- 성과(목표 대비 달성율, 기대효과 중 실제 결과로 나온 것)
- 평가(진행하면서 잘 된 것, 부진했던 것,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
보고하는 목적과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위와 같은 내용을 순서대로 담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으로는 초반에 기획안이 잘 만들어져있으면 보고서는 작성하기 어렵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역량으로 보면 기획을 잘 한다고 보고까지 잘 하는 건 아닌 듯 합니다. 소위 ‘용두사미형’ 업무스타일을 가진 분들은 처음 기획 할 당시 의지가 넘쳐서 활활 타오르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집중력을 잃고 마지막엔 대충대충 하다보니 마무리가 어정쩡해서 보고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를 종종 봤거든요.
Q. 기획서나 보고서를 쓸 때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이 문서를 작성하는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해 단순하게 ‘시켜서’라고 생각하면 써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기획서나 보고서를 요구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무엇을 알고 싶어서 요청하는 건지를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 목적이 불분명한 기획은 내용을 보면 이해가 잘 안가고, 두서없는 내용의 보고서는 요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기획과 보고를 하다보면 결과에 집착 할 때가 많습니다. 물론 결과를 잘 내는 것이 중요한 목표이지만, 결과 중심적으로 일을 진행하다보면 과정이 엉망이 되거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기획자의 방식대로만 일하도록 지나치게 강요받으면서 금방 지치거나 팀을 이탈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각자 더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음에도 평균보다 못한 실적이 되겠지요.
Q. 마지막으로 팀장님께서 생각하시기에 기획서나 보고서를 쓰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요?
정리하는 습관입니다. 청소를 잘 하라는 건 아니고요. 어떤 일이든 일의 목적과 목표, 순서가 있기 마련인데요, 그걸 글이나 표, 도식으로 표현해서 전체 과정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예로 저는 제 주간업무일지를 월요일 아침에 적어놓고, 금요일 퇴근 전에 다시 검토하는데요. 이번 한 주 간 내가 해야 할 일을 미리 파악하기 위해 쓰고, 한 주가 다 끝나고 나서 어떤 것들을 놓쳤는지 확인하는 목적입니다.
또 회의를 하거나 미팅을 할 때에도 저는 메모를 하면서 도식화하는 편입니다. 나중에 다시 봤을 때 맥락을 놓쳐서 잘못이해하면 안되니까요. 요즘은 이런 걸 기술적으로 가르쳐주는 것도 있더라고요. 비주얼 씽킹(Visual Thingking)이나 디자인 씽킹(Design Thingking)을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단계적으로 생각하는 힘이 필요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기획을 할 때 항상 완성된 그림만 놓고 그 그림을 누구와 어떤 방법으로 완성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고민하지 않아서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있어요. 본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다 할 게 아니라면 그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려주거나 논의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보고 받아야 하는 상사나 서포트 해야하는 후임에게도 제때 공유해줘야 해요. 일을 그르치는 건 둘째 치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신뢰를 잃게 되니까요.
마지막으로, 경험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보고 듣고 판단한 것에만 국한되어 정리하는 것은 ‘편견’ 또는 ‘선입견’이 될 수 있는데요. 그러지 않도록 사고와 시각을 넓히려면 분야와 상관없이 많은 것을 다양하게 경험하는 게 중요합니다. 기획이든 보고든 어쨌든 사람의 입장을 정리하는 일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객관적’일 순 없으니까요. 기획이 설득력 있거나 신뢰할 만한 보고가 되려면 많은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의견을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게 한편으로는 중립적인 태도를 뒷받침 해 줄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