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편> 청년 창업? 누가 아름답다고만 하던가.
interviewee / (유)비밀 김정우 대표
Q. 대표님 인사와 비밀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기회를 요리하는 곳’이라는 슬로건을 갖고 ‘공유주방’이라는 공간을 통해 창업하고 싶지만 초기 자본이나 경험, 경영지식이 부족하여 창업하지 못하는 예비 외식업 창업자나 조리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자신만의 메뉴를 개발하고 팔아보고 손님들에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비밀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나요?
사실 저는 아직 학생인데요, 전부터 창업에 관심이 있었고 대학교 들어오자마자 ‘창업과 법률’이라는 교양 수업을 들었는데 그때 공유경제랑 사회적경제 기업에 대해서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어요. 그 내용이 왠지 내 안목을 넓혀준다는 느낌이 들었고, 이런 일을 창업할 때 한번 해봐야겠다 싶어서 2015년에 대전광역시 사회적자본지원센터에서 공유네트워크사업에 참여해서 비밀을 만들게 되었죠. 그때가 4월이었고, 6개월 정도 준비해서 10월1일에 개업을 했어요. 그런데 그 과정 속에서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났었죠. 우선 제가 처음부터 대표는 아니었고요. 중간에 대표도 바뀌고, 큰 돈 문제도 있었고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Q. 창업을 준비하면서 관심 깊게 봤던 사회적기업 사례가 있었나요?
처음에는 공유기업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공유라는 걸 기반으로 해서 사회적기업으로 하는 곳도 많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결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주방을 공유하는 컨셉의 사례는 많지 않더라고요. 미국에 키친서핑(kitchen surfing) 이라고 가정집에 가서 주방에서 쉐프가 직접 요리를 해서 대접해주는 그런 것이 있었는데, 플랫폼 방식으로 운영하는 게 그나마 비슷하게 고민했던 사례였어요. 그래서 어쩌면 우리가 처음 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기대와 자부심으로 그냥 맨 바닥에 헤딩하는 느낌으로 알아서 잘 해보자 이런 식으로 했어요.
Q.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해 소개해줄 수 있나요?
크게는 운영팀, 쉐프팀 이렇게 나누어 있는데 전체적으로 30명 가까이 되기는 하지만 비밀 자체를 운영하는 팀은 현재 법인 상 대표업무집행자와 업무집행자로 등재된 게 저 포함해서 5명이에요.(참고로 저희 같은 유한책임회사는 이사라고 하지 않아요.) 그런데 아직 운영에 대해서는 안정적이지 못하다보니 운영진이 지속되지는 못하고 있어요. 어떤 분은 이사 가시고 또 한 분은 육아를 하면서 하기에는 좀 힘든 상황이 있고...현재로서는 제가 수습하는 게 많은 상황이에요. 쉐프팀은 자체적으로 네트워크를 확보한 건 아니지만 저희가 어은동에 있다보니 충남대에서 오신 분들도 있고 대체로 우송대 외식조리학과 출신이 많아요. 특히 이 학과는 내부 커뮤니티가 이미 형성이 되어있어서 서로 잘 알더라고요.
Q.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했는데, 그 중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자금마련부터 힘들었는데 각자 각출한 것도 있었고 사업지원 받은 게 있었지만 그래도 학생한테는 부담이 큰 게 사실이에요. 저는 부모님한테 빌렸어요. 물론 약속을 한 게 있었죠. 학생이니까 성적을 잘 받는 것? 그런데 지금 사업을 하면서 학점도 떨어지고 창업하니까 휴일 따위는 없더라고요.
Q. 법인설립은 언제 하셨나요?
2015년에 한 건 개인사업자였고요, 법인설립은 2016년 3월에 했어요. 유한책임회사로 설립했는데, 만나서 여쭤본 전문가분들도 생각보다 이 유형에 대해 잘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전부 직접 했어요. 물론 처음에 협동조합도, 주식회사도 같이 고민했지만 저희가 다중이해관계자로 구성되어 있다보니 각자가 원하는 모양새를 갖추기 어려운 점도 있었어요. 세무적인 것들도 애매해지고. 그래서 말 그대로 책임에 제한이 있으니까 부담이 덜 할 거라고 생각해서 선택했는데, 당장 운영상 문제점이 발생하면 스타트업인 만큼 빨리 해결하는 게 중요한데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법인유형을 바꿔야 하나 고민하고 있어요. 창업 초기에는 이런 변수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법인 유형을 선택할 때는 사업의 운영방식을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Q. 처음 매출이 나왔던 날이 언제인가요? 부가세 신고는 해봤는지?
어쨌든 업종이 음식점이다 보니까 음식을 팔면 매출이 나와요, 10월1일 개업을 하면서 바로 매출이 발생했었어요. 그런데 사실 매출이 생겼다고 해서 기분이 좋지는 않았어요. 사업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매출보다는 거기에서 얼마나 수익이 남느냐는 거죠. 저희는 매출에서 식재료비, 인건비, 공간유지비 다 빼고 나머지 수익에서 수수료를 떼다보니 비율이 좀 안 맞아요. 식재료비가 초과된 쉐프의 경우엔 그만큼 더 받아가고, 저희가 유지를 하려고 식재료비는 일정 비율을 넘기지 않도록 하려고 하는데 꽤 넘는 팀들이 있었죠. 거기다 공간마련 할 때 빚진 것도 있어서 수익이 수익이라고 느껴지지 않아요. 그러다보니 비용을 줄이는 것이 지금으로선 가장 큰 고민이에요.
그리고 부가세 신고는 했죠.(인터뷰 당시 7월) 홈택스에 들어가서 했고요. 원천세도 신고했어요. 급여 신고한지 얼마 안 되었는데, 당연히 4대보험도 가입되어있고요. 이 부분을 잘 모르는 분들이 많으신데, 국세청 들어가면 생각보다 잘 되어있어요. 단어가 생소하긴 하겠지만 한번 해보면 어렵지 않고요. 요즘은 네이버나 구글에서 검색하면 다 알려주잖아요. 전 즐겨찾기 해놓고서 필요 할 때 마다 보고, 돈에 관심이 많다보니 책 놓고 세무에 해당하는 내용들만 주로 공부를 했었어요. 세금도 지식을 알면 충분히 절세 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근데 사실 초기 법인이 세금에서 아낄 수 있는 건 없어요. 그냥 꼼꼼하게 잘 체크해서 가산세 안 붙게 하는 거 말고는.
Q. 스타트업 대표로서 갖게 되는 고민거리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우선, 같이 할 사람 구하는 게 제일 힘들어요. 그리고 재정관리에 대해 고민이 깊어요. 저는 정말 필요한 거는 사고 충분히 대처 할 수 있는 건 일단은 아껴서 자본금을 모으는 게 최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저는 어떻게 보면 사실 서비스업은 인건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제일 많이 나가는 비용이다보니 다른 것들은 어떻게든 대체 할 수 있는데 인건비는 다른 걸로 대체가 안되잖아요. 그래서 당분간 몇 달까지도 힘든 상황을 대비해서 인건비를 줄 수 있을 정도로는 확보가 되어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진짜 중요한 건 매출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많이 벌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막연히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벌어야 하는지 말이에요. 재정적인 건 주어진 대로 하면 돼요. 사실 저만해도 세무회계 이른 쪽 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잘 팔리는 상품을 개발 할까, 어떻게 하면 더 발전할 수 있을까 그런 쪽으로 고민하고 시스템을 만드는 등에 에너지가 훨씬 많이 소모가 되고 있죠. 재정적인 것은 통장거래내역 다운받아서 매일매일 돈이 나가고 들어오는 것을 비용대로 분류하고 매출대로 분류해서 재료비면 재료비 교통비면 교통비 이런 식으로 내역을 나눠놓고 따로 정리해놓으면 돈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파악 할 수 있으니까 그 연장선상으로 세무적인 것만 처리하면 되요.
그리고 창업은 잘 하는 방법을 누가 알려주진 않아요. 옆에서 안 가르쳐주기 때문에 안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봐요. 모르면 모르는 대로 시간 투자하면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본인의 관심에 대한 문제겠지만, 뭐든 절실해지면 찾게 돼있어요. 그게 정보든 자금이든요.
Q. 앞으로 비밀이 보완해 나가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희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아직 완벽히 정해지지 않은 것 같아요. 음식업이라고만 하면 사람들이 기존에 알던 음식점들이 많다보니 저희가 제시하는 콘셉트를 전달하는 데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명확하게 보여주지 못해서 음식점이란 단어보다는 다른 설명이 필요 하다고도 생각하고요.
그리고 극복해야 할 점이 있다면 비용 관리라고 생각하는데, 매일 단위로 한식/양식/중식/일식 등 분야가 달라지다보니 식재료 부분에서 비용이 절감되기 어려워요. 학생이 하니까 개학 때 평일에 며칠 씩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더라고요. 그러니 가장 많이 나가는 게 식재료인데 비용이 고정이 안돼서 대량구매도 못하고 예산도 초과하고, 이 문제를 해결을 못하겠더라고요.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저는 가난한 사회적기업은 하고 싶지 않아요. 국내의 많은 사회적기업을 보면 과연 다들 지속가능할까? 라는 고민을 하게 되요. 저도 이제 운영을 하다보니까 기업 같지 않고 비영리단체랑 비슷하게 봉사하는 그런 느낌이어서 그걸 벗어나려고 노력하는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좀 더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